`이스마일 액스` 코드 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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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마일 액스` 코드 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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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군사작전 암호와도 같은 이 단어, '이스마일 액스' 속에는 수줍음 타는 내성적 소년이 잔혹한 학살범으로 변해 간 정신분열의 과정과, 미국 사회에 깊숙이 내장된 울타리구조를 규명하는 코드가 함축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이 단어를 세 가지로 풀어냈다. 쿠퍼의 소설 '대평원'에 나오는 등장인물 '이스마엘 부시', 멜빌의 소설 '백경'의 화자(話者) 이름, 그리고 구약성서 창세기편 아브라함의 아들 이스마엘. 앞의 두 인물은 고립을 자처한 아웃사이더, 세 번째는 신의 아들이자 심판자다. 조승희는 이 세 인물을 복합해 '타락한 중심'을 폭력적으로 심판하는 '신의 도끼'를 자처했다. 이 복합화 과정은 정신분열증의 산물이지만, 미국 이민자들이 정체성을 찾는 길에 부딪는 일종의 덫 같은 것일 수 있다. 최초의 덫은 언어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자 감성과 정서를 표출하는 수단이다. 의미를 실어나를 개념을 모르면 체험을 공유할 대상이 사라지고, 악센트가 다르면 세상이 바뀐다. 주류사회는 물론 주변부에도 자신을 접속할 수 없다. 언어의 세계가 얼마나 중대하면 세 살 때 이민을 가 프린스턴대 창작과 교수가 된 이창래가 '원어민(native speaker'이라는 소설을 썼겠는가. 주인공 '헨리 박'(Henry Park)은 대학 출신 청과물상인 아버지의 고독한 세계와, 시장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 '존 강(John Kang)'의 허위의 세계를 냉정하게 응시한다. "(이민자) 말들의 도시. 거리의 외침은 우리가 거의 알지 못하는 언어로 이루어진다." 이 이방인의 세계와 주류사회의 공존은 사유 능력과 교양의 공간에서 가능하다.

그러나 소년 조승희는 말의 감옥에 갇혔을 것이다. 텍스트를 소리내 읽지 못해 여러 번 좌절했을 것이고, "고 홈(네 나라로 가라)"이라는 친구들의 비아냥에 적개심이 타올랐을 것이다. 영문과 진학은 그에게 '말에 대한 복수'였다. NBC에 보내진 그의 글에서 증오심으로 버무려진 난해한 단어들이 많이 발견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언어의 울타리를 삶의 애정으로 녹일 지혜보다 응징 욕망이 먼저 그의 마음을 점령한 탓이다.

혹여, 말의 감옥을 부수고 나오면 또 다른 울타리가 기다린다. 인종의 울타리는 말의 장벽보다 훨씬 단단해 학력과 교양으로도 뚫기 어려운 구조적 장애물이다. 헨리 박의 처는 백인 여자인데, 그의 메모장에는 남편을 묘사하는 십여 개의 목록이 장난스럽게 적혀 있다. 그중 '황화(yellow peril)'와 '이방인(stranger)'은 인종적 단절의 축조물이다. 미국의 한인촌에 모여 사는 1세대 이민자치고 자녀가 부모 근처에 둥지를 틀기를 바라는 사람은 별로 없을 터이다. 그러나 그게 어렵다. 많은 자녀가 인종의 경계선을 넘지 못한다.

조승희가 '너(you)'라고 지칭한 일반적 대상이 인종인지 부유층인지는 분간할 길이 없다. 아마 통제되지 않는 정신분열의 신경 줄기를 타고 혼류되었을 것이다. 인종의 경계선을 넘는 길이 종교다. 건국의 명분이 그랬듯 미국적 정신과 윤리도 종교적이기에 개신교를 통해 동화의 길을 단축할 수 있다. 그런데 이민자들이 접속하는 곳은 미국 교회가 아니라 대체로 한인 교회다. 한인 교회는 이민자의 정착을 돕는 진입항이자 적응과 동화 과정을 지원하는 문화교습소와 같다. 그런데 종교의 영역을 담론.실천.공동체.제도로 나누면, 개신교 담론이라는 '관념 영역'을 제외하고 나머지 '현실 영역'들은 여전히 주류사회와 공유면적이 작다. 교회가 그를 순치하지 못한 이유다. 자아도취적 과시 증세를 보였던 조승희는 그 모든 단계를 단숨에 넘는 길을 망상 속에서 찾았을 것이다. 자신을 모세나 예수로 동일시하는 것, 그리고 심판자로 나서는 것. 그리하여 누아르 폭력 영화 같은 끔찍한 참사가 초래되었다.

미국 이민사에서 한국인은 모범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남달리 근면 성실하고, 미국적 가치를 존중할 줄 아는 민족으로 정평이 났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조승희가 저지른 참극은 대부분 그의 정신결함 탓이지만, 타인종의 진정한 '미국인 되기'를 방해하는, 미국 사회 깊숙이 내재된 유리벽(glass wall)들이 얼마나 얇아졌는지 미국민 스스로도 성찰할 계기인 듯싶다. 미국이야말로 인종연합으로 힘을 기른 사회 아닌가.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
Hoken Song, Professor
Department of Soci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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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 Source: Joins.com/JoongAng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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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

Hoken Song

Date

2007-10-22

Contributor

Haeyong Chung

Language

ko

Citation

Hoken Song, “`이스마일 액스` 코드 풀기,” The April 16 Archive, accessed April 24, 2019, http://www.april16archive.org/items/show/1464.